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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진희] “사람인 이상 어떻게 100% 다 맞힐 수 있겠습니까. 슈퍼컴퓨터가 도깨비 방망이도 아니고…”

최근 기상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날씨 오보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자 22일 한 통보관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기상 오보야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요즘은 특히 빈도가 잦다. 게시판에는 분통 터지는 시민의 글이 잇따르지만 막상 속 시원한 답변이 없어 원성만 더욱 커지고 있다. 날씨 예보에 무려 500억원짜리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는 데도 기상청은 왜 자꾸 ‘헛다리’를 짚는 것일까.

찬란한 '오보의 역사'

먼저 가장 최근의 빗나간 예측부터 살펴보자. 기상청은 지난 10일 오후 예보에서 "다음날 오후 늦게 중부 지방에 눈이나 비가 내리고, 오전 5시부터 1㎝ 안팎의 가벼운 눈이 온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달랐다. 아침부터 굵은 눈발이 날리더니 급기야 출근길 대혼잡이 빚어졌다.

21일에도 예상은 빗나갔다. 기상청은 이날 새벽 “서울 등 수도권에 (적설량) 1∼3㎝의 소량의 눈이 내리겠다”고 했지만 실제는 5㎝의 다소 많은 눈이 내렸다. 뒤늦게 대설주의보를 발효했지만 “예보가 아니라 현장 중계”라는 비아냥만 쏟아졌다.

기상청이 겪는 고충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1948년 대한민국정부 수립과 더불어 기상청이 생긴 이래 갑작스런 일기 변화가 생길 때마다 국민의 원성이 이어졌다. 1999년 기상의 날(3월 21일)에는 ‘날씨 맞히기 힘들어요’라는 문구가 적힌 우산을 기상청 기념품으로 제작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만큼 기상청 직원들의 마음 고생이 심했다는 이야기다.

슈퍼컴퓨터 vs. 예보관= 엑스레이 vs.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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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오보를 논할 때 빠짐없이 나오는 ‘애물단지’는 슈퍼컴퓨터다. 슈퍼컴퓨터는 국내에 1999년 처음 도입됐으며 2004년 속도가 더욱 빨라진 2호기가 새로 들어왔다. 가격이 무려 50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돈을 얼마나 들였는데 날씨가 틀리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장비와 예산이 부족하다’며 우는 소리했던 예전의 기상청을 떠올리면서 "500억원 짜리 슈퍼컴퓨터도 소용없으니 차라리 할머니 신경통을 믿겠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전세계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기상관측 자료를 분석하도록 도와주는 장비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예측 자체가 아니라 '예측할 수 있는 물리 방정식을 빨리 계산해주는 도구’라는 표현이 맞다. 예보관이 의사라면, 슈퍼컴퓨터는 엑스레이 사진이다. 의사가 환자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병을 진단하듯 슈퍼컴퓨터는 날씨에 관한 물리방정식을 계산해 일기를 예측할 수 있는 자료를 내놓는다.

그렇다면 물리 방정식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1년에 1㎝씩 크는 아이가 있다. 이 아이의 현재 키는 150㎝인데, x년에는 몇㎝가 될 것인갗라고 한다면, 예상 키에 대한 방정식은 ‘150㎝+x’로 성립된다. 슈퍼컴퓨터는 공기 변화의 특성을 이와 비슷한 물리 방정식으로 계산해준다.

슈퍼컴퓨터가 내놓은 자료를 최종적으로 해독하는 일은 결국 예보관의 몫이다. 그러나 슈퍼컴퓨터도 공기의 무수한 흐름을 100% 정확히 예상할 수 없고, 해독도 '사람'이 하기 때문에 종종 예측이 빗나간다는 설명이다. 김승배 기상청 통보관은 “눈·비가 얼마나 올 지 양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은 아직 인간이 극복하지 못한 부분”이라며 “슈퍼컴퓨터는 만능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고 말했다.

“일단 한번 와 보시라니깐요”

기상청에는 1300여명이 근무자와 함께 기상학을 전문으로 공부한 예보·통보관이 24시간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죽으나 사나 날씨만 보고 있다는 이들에게 ‘밥값 좀 하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데 대해 김 통보관은 “일단 한번 기상청에 와보시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기상청 직원)월급이 아깝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직접 와달라. 언제든 환영한다”며 “24시간 붙어 앉아 날씨를 이렇게 예측하고 왜 틀릴 수 밖에 없는 지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어쨌든 기상청 설명대로라면 아무리 좋은 슈퍼컴퓨터가 도입된다 해도 앞으로 날씨 예측은 계속 어긋날 수 있다. 인간도, 기계도 공기와 자연의 온갖 변화를 100%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예보를 위해 슈퍼컴퓨터 말고도 필요한 것이 또 있다고 한다. 김 통보관은 “어떻게 하면 인간이 자연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전세계 기상 예보관의 공통된 고민”이라며 “촘촘한 관측망을 세계적으로 더 많이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김진희 기자

Posted by 솔라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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