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질병 가리지 않고, 아프실 때마다, 다치실 때마다, 손목만 삐끗하여도 300만 원, 입원비 통원비 약값, 당일치기로 병원 왔다 갔다 하셔도 300만 원….”


모 케이블TV 홈쇼핑 쇼 호스트들의 광고 발언이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장노년층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들을 상대로 한 보험시장도 급신장하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은 보험업계의 연간 장노년층보험(실버보험) 판매는 40만∼50만 건으로 해마다 50% 이상 성장하고 있고 보험료 수입만 3000억∼4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골절 1500만원 보장” → 전신 뼈 파손돼야 해당


“입원비 매회 지급” → 신경 - 치과질환은 제외


상반기 분쟁 8219건… 약관 꼼꼼히 체크해야


실버보험업의 이 같은 성장세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후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으로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노후 보장보험에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기행위에 가까울 정도의 과장광고다.


손모(69·경북 경주시) 씨는 2004년 10월 외국계 손해보험사의 무사통과실버보험에 가입했다. 월 3만4010원의 보험료를 내면 질병이나 상해로 인한 수술비와 입원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홈쇼핑의 광고를 보고 결정했다. 손 씨는 2006년 11월 집안일을 하다 추락사고로 척추골절 진단을 받았다.


이 보험은 골절의 경우 수술비와 입원비로 1500만 원을 보장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 그가 받은 돈은 180만 원에 불과했다. 알고 보니 15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전신의 뼈가 완전히 파손된 경우이고 허리골절은 이 중 12%의 골절로 인정돼 이에 해당하는 돈만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올 상반기(1∼6월)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에 접수된 보험 관련 분쟁은 8219건이다. 대부분 과장광고를 믿고 보험에 가입했다가 실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급되는 보험금이 당초 기대했던 것과 터무니없이 차이가 나자 당국에 조정을 호소한 것이다.


이 같은 보험 분쟁은 최근 해마다 20∼30%씩 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이 과장광고 피해자의 호소를 해결해주는 사례는 드물다. 올 상반기의 경우 금융당국의 합의 권고를 보험회사가 받아들인 사례는 단 5건에 불과하다.


과장광고 피해가 늘어나는 것은 현재 보험 관련 광고는 사전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홈쇼핑의 과장광고는 도를 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은퇴자협회(회장 주명룡)와 보험소비자연맹은 최근 장·노년층을 울리는 보험회사들의 과장광고 실태와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과장광고 실태=첫째, 실제 약관 내용과는 다른 포괄적인 문구들이나 쇼 호스트의 과장 발언들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경우다.


A보험의 부모님 건강보험의 경우 암을 보장해 준다고 광고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모든 암이 아니라 일부 암은 20%만 보장된다. 또 입원비도 매회 지급이라고 하지만 신경질환, 치과질환 등과 관련된 입원비는 제외되고 있다.


B손해보험의 실버플랜 효보험의 경우 치매를 보장해 준다고 하지만 실제로 보장되는 것은 기질성 치매이고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치매는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둘째, 사망보험을 건강보험인 것처럼 선전하는 경우다. 사망보험은 원래 미국의 장례보험에서 유래된 것으로 건강검진이나 고지의무 등의 절차를 생략하고 가입시켜 장례비용을 사전에 적립하기 위한 것이다.


사망 시 유족이 받을 수 있는 금액도 소액이고 보장성도 없으나 이를 보장성이 있는 건강보험인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 현재 ‘나이 불문, 병력 불문, 위험직종 불문’ 등의 가입 조건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사망보험이다. 그런데도 ‘무심사 질병보험’ ‘건강이 걱정된다면’ 등의 발언이나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 보험 중에는 가입기간 중에 사망했을 때도 보험가입 금액이 100%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기간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C회사의 YES실버보험의 경우 나이 불문하고 사망 시 1000만 원을 보장해 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그러나 60세를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1형만 선택해야 하고 그 이하면 2형을 선택해야 한다. 1형은 2년 이내에 사망하면 납입보험료만 돌려준다. 10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60세 이하가 가입하는 2형에 국한되지만 나이 불문이라고 과장광고를 하고 있다.


또 사망 시 1000만 원, 최대 3000만 원이라고 광고해 최소한 1000만 원은 확보되고 최대 3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한다. 실제로 이 돈은 보험 금액의 3배를 내야 받을 수 있는 것이지만 이를 언급하지 않고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보험사 홈페이지에 상품별 약관을 올려놓아 소비자가 검토하게 하고 약관에 대한 고지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잘 지키지 않고 있다. 상품 안내에 약관을 상세히 소개하는 경우가 드물고 중요한 부분일수록 약관의 뒤에 배치하거나 글씨를 작게 하는 경우도 많다. 보험회사에 약관을 보여 달라고 요청해도 가입 전에는 보여 줄 수 없다고 거절하기도 한다.


한국은퇴자협회 김선경 간사는 “노인을 울리는 과장 사기광고를 막기 위한 행정당국과 국회 차원의 개선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가입 때 주의하세요


병력 안 밝히면 보험금 못 받을 수도


현재 국내의 주요 보험회사들이 장·노년층을 상대로 실버보험 노후보험 시니어보험 등의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는 보험은 9개 생명보험사에서 16종, 7개 손해보험사에서 7종 등으로 모두 23종이다.


이 가운데 노인층의 수요가 많은 골절, 입원비, 치매 등을 보장하는 것은 광고와 달리 기본계약만으로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별도의 특약을 가입해야 보장이 가능하다. 이 경우 과거 병력이나 치료 사실 등을 보험사에 사전 고지해야 하며 고지하지 않았을 때는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도 있다.


소액의 소멸성 보험의 경우 주로 1년 만기로 계약이 자동 갱신되는 상품이다. 문제는 매년 갱신될 때마다 보험료가 40∼50%씩 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


또 가입기간 중에 보험금을 청구한 실적이 있으면 회사 측이 계약 연장을 거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버보험 중 무심사인 사망보험 계열은 월 보험료가 일반보험보다 2, 3배나 비싸다. 보험소비자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60세 남자가 일반 정기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월 1만7500원의 보험료를 내면 되지만 무심사 보험에 가입했을 경우는 4만4500원을 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무심사 보험에 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 과장광고 피해 막으려면


美 英 日처럼 광고 사전감독 필요



국내에서 실버보험의 과장광고로 인한 폐해가 많은 것은 보험광고의 사전 심의가 없고 사후 감독도 보험회사들의 이익단체인 보험협회에 위임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의 경우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당국이 광고 내용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 뉴욕 주와 캘리포니아 주 등지에서 보험 광고는 소비자의 오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내용을 명확히 할 것을 감독하고 있다. 영국도 보험 광고의 내용을 수시로 점검해 부당한 것으로 판명되면 시정을 요구한다. 일본은 지난해 금융청이 소비자의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광고를 금지하는 쪽으로 감독 지침을 개정했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보험 광고에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상품 정보를 좀 더 명확히 제시하고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는 내용을 제한해야 한다”며 “당국은 물론이고 소비자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광고 내용 사전 심의와 사후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국 김창호 박사는 “실버보험, 효보험 등 노년층 대상 보험의 과장된 명칭부터 바꾸고 노인 전용 보험상품의 보장 내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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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라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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