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9-08 22:21 게임메카 김지희 기자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SNS의 붐에 맞물려 이를 플랫폼으로 서비스된 게임인 팜빌(Farmville)이 대박 신화를 이루어내자, 국내외 중소 게임사들의 눈과 귀는 ‘소셜 네트워크 게임(SNG)’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기존 MMORPG와는 다른 유저층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파이, 그리고 소규모의 인력과 비용으로 온라인 게임 못지 않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은 개발자라면 누구라도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 것이다.

그 가운데 한게임은 자사의 첫 소셜 네트워크 게임인 RichTown을 통해 올 7월 페이스북 SNG시장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RichTown을 기획한 김기용 PM은 9월 8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 하모니볼륨에서 개최된 NHN DeView를 통해 개발 과정에서 겪은 난관들, 그리고 실제 체감해본 SNG시장의 현실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한게임 RichTown 개발팀의 김기용PM

 

대박의 꿈을 안고 시작된 RichTown

RichTown은 남자 6인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팀으로 구성되어 올 1월 중순부터 개발이 시작되었다. 한게임으로서는 최초의 도전이었던데다, 팀원들 모두 SNG 시장에는 처음 발을 들여놓은 상황. 아무런 사전 경험 없이 시작되었던 이번 프로젝트에서 그들이 꿈꾸던 초기의 RichTown은 기존의 소셜 네트워크 게임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경제 게임’이었다.


▲RichTown 프로젝트 팀, 설레이는 첫 발을 내딛다!

 

개발과정에서 겪은 얘기치 못한 난관들

첫 시도인 만큼 난관이 많을 것이란 점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프로젝트 시작부터 찾아오게 될 줄이야! 일단 소셜 네트워크 게임은 다른 온라인 게임들과 달리 A서버, B서버 같은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게이머들이 게임에 참가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제 물리적 서버는 2대 이상이 필요한 상태. 결국 DB를 통한 간단한 상호작용만 가능한 현실 속에서 남은 길은 “기존의 다른 SNG들과 비슷한 길을 걷는 것”뿐. 애초에 꿈꿨던 ‘경제 게임’이 My Town과 같은 ‘도시 개발 게임’으로 바뀌던 순간이었다.


▲괜히 `비슷한 게임`들만 판치던게 아니었다

그리고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한 SNG에는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접속하기 때문에 국내 서버와 해외의 네트워크 지연 문제도 걸림돌이 된다. 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따로 두고 관리하는 것은 6명이라는 인력상 불가능에 가까웠고, 고민 끝에 ‘게이지가 차오르면 동작이 완료’되는 게임룰을 체택하고 NHN 미국 서버를 일부 활용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다양한 SNG에서 행동 하나마다 `로딩 바`가 보이던 이유는
결국 `네트워크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묘안`이었던 것

 

SNG는 단순 테스트도 쉽지 않다

페이스북과 연동되는 순간부터는 단순한 ‘테스트’에도 걸림돌이 많았다. 일단 테스트 계정 하나를 만들 때마다 요구되는 핸드폰 인증 때문에 계정을 확보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소셜 네트워크 게임의 밸런스 특성상 건물 하나를 짓는데 ‘6시간’ 이상 필요한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 그렇다고 테스트용 밸런스를 따로 만들어 개발을 진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김PM은 당시의 상황에 대해 “고민 끝에 직접 엑셀의 VBA(Visual Basic for Application) 기능을 배워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것으로 간접적인 오류와 밸런스 문제를 찾아내고, 게임 오픈 2주 전까지는 테스트용 밸런스로 제작을 진행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원활한 테스트를 위해 VBA 시뮬레이션을 배웠다

 

대망의 출시... 그 결과는?

RichTown은 도트 그래픽을 활용한 맵 엔진으로 백터 그래픽을 사용하던 다른 SNG들보다 성능적으로 우위에 있었고, 256 컬러 이미지를 활용하여 게임을 구동하는데 필요한 용량도 상대적으로 작았다. 게다가 밤에는 건물들에 불이 밝혀지며 야경을 구경하는 재미까지 구현하는 등 ‘기존 게임들과의 차별화’에 온 힘을 쏟았다. 그리고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RichTown(http://apps.facebook.com/richtown/)은 모두의 부푼 꿈을 담아 6월 28일 페이스북에 첫 선을 보였다.


▲부.. 불이야! 누구 소방차좀 불러줘요!


▲도시도 개발하고 야경도 구경하는 SNG 본 적 있나요?

페이스북의 오른쪽 배너에 하루 100만원씩 광고비를 지출하여 홍보하자 하루 방문자수가 5,000명 이상까지 치솟았다. 팀원들이 함께 꿈꿔온 ‘핑크빛 미래’와 함께 “이대로면 My Town이 기록했던 하루 방문자 30만 명도 거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어갔다.

하지만 광고배너를 통한 1차 홍보가 끝나자 그들의 행복한 꿈은 점차 ‘악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초기에 보였던 5,000이라는 지표는 단순 ‘홍보 효과’ 불과했던 것. 결국 1달이 흐른 뒤 방문자 수는 1,000대로 하락하고 말았다.


▲처음의 부푼 꿈은 짝사랑의 아픔 속에 산화한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이 되었다

 

소셜 네트워크 게임 수명연장의 꿈

그들이 개발한 RichTown은 페이스북에 있는 어플리케이션 평점 면에서도 기존 혹은 다른 경쟁 게임들보다 높은 점수를 얻을 정도로 완성도 면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방문자수가 줄어드는 기이한 상황은 계속되었다. 1:1로 친구에게 홍보메시지를 날리는 기능, 튜토리얼 개선, 선물 시스템 등 신규 유저들을 유치하기 위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추가했지만 상황은 마치 불치병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평가는 이렇게 좋은데... 도대체 왜?

페이스북은 4억 이상의 유저가 사용하는 끝도 없는 망망 대해와도 같다. 그리고 페이스북의 SNG는 해당 게임을 즐기는 기존 유저를 출발하여 ‘친구’의 ‘친구’로 전파되는 것이 특징이다. 결국 현재 SNG 시장에서는 게임의 재미나 독창성, 완성도 보다 ‘신규유저의 유입’과 ‘유저 잔류율’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가 그 게임의 수명을 결정하고 있다는 것을 김PM은 뒤늦게 깨달았다.


▲소셜 네트워크 게임이니까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입소문을 타고 찾아올 거란 환상은 버려라

 

SNG 크로스 마케팅에 주목하자

소셜 네트워크 게임은 그 수명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라도 유료화로 번 돈 중 일부는 항상 꾸준히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해야만 한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수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이들끼리 서로의 게임을 홍보함으로써 ‘자사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들의 숫자’를 키워나가는 것이 ‘짧은 주기의 꾸준한 업데이트’ 못지않게 중요하다. “결국 SNG는 질보다 양이었다”는 말로 그는 RichTown 개발팀의 실패 원인을 함축했다.


▲SNG의 강자 Zynga는 50개, Playfish는 34개의 게임이 있으며
이 게임들마다 자사의 게임을 홍보하여 `공짜 유저유입` 덕을 보고 있다


▲순위가 높은 게임일 수록 `크로스 마케팅`의 비중이 높다는 것에 주목!

컨퍼런스를 마무리하며 김PM은 “올 10월 오픈될 ‘네이버 앱 팩토리 서비스’에서 페이스북의 경험을 살려 RichTown을 포함한 또 다른 SNG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짜피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페이스북 시장보다 새로 시작하는 ‘네이버 앱 팩토리’ 쪽의 승산이 더 크다는 계산이다.

페이스북 내의 소셜 네트워크 게임 시장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다. 수백 가지의 비슷한 게임들의 경쟁으로 뜨겁게 과열된 시장 속에서, 어설픈 시도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실패의 쓴 잔 뿐이다.

Posted by 솔라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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