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별관 스튜디오. <스펀지 2.0>(이하 스펀지) 촬영이 한창이다. ‘실험’만을 위해 두 평 남짓한 세트가 마련돼 있다. 지난해 11월 말 식품첨가물의 실상을 살펴보고자 시작한 스펀지의 작은 꼭지 ‘알아야 산다’의 실험실이다. 세트 바깥의 스무 평 넘는 스튜디오엔 온갖 식기구와 전자레인지 등 가전 제품들이 가득하다. 이날 실험 대상은 ‘명란젓’과 ‘단무지’. 시중 명란젓 20여 종이 커다란 상자 두통에 넘친다. 단무지 두 상자도 대기 중이다.

‘알아야 산다’가 최근 방송가의 주목 대상으로 떠올랐다. 햄·껌·두부 등 실생활과 밀접한 먹을거리들로 실험을 진행하면서 격려와 함께 “그래서 먹지 말라는 거냐” “어차피 먹어야 하는 데 위험성만 조장하는 것 아니냐” 등의 날선 항의가 게시판을 달궜다. “알고 먹자는 것”이란 제작진의 해명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 정보 전달이냐? 고발이냐? 현장 실험을 맡은 김석범 피디는 “좀더 객관적인 정보를 전하자는 의도지만, 현장 고발로 비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몰랐던 사실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는 (고발과) 동일하다”는 얘기다.

명란젓 제작 실험이 시작됐다. 한쪽에는 천일염·흑설탕 등이 단출하게 놓였고, 다른 한쪽에는 솔리톨·아질산나트륨·엘글루타민산나트륨(일명 엠에스지)·색소 등이 빼곡하게 놓였다. 재료를 섞기 시작한 지 5분여가 지나 김 피디가 직접 맛을 봤다. 다른 제작진들도 함께 따라 한다. “정확한 계량은 물론이고, 비교 실험이니 참가자들이 과장된 표정을 짓지 않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맛을 봅니다.”

화제가 된 지난 두부 실험 당시엔 실수로 첨가물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두부를 먹고 배탈이 나기도 했다. 실험을 함께 준비하고 진행하는 ㈔한국생협연대 쪽에서는 현장 고발보다 더 낫다고 반기고 있다. 실험을 직접 진행하던 김종실 부천시민생협 운영위원장은 “문화방송 <불만제로>, 한국방송 <소비자 고발> 등과 공조해서 위생이 극도로 불량하거나 첨가물을 지나치게 많이 넣는 현장을 고발한 경우도 있었지만, 직접 고발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점이 된다”며 “보통 업계에서 첨가물로 먹을거리를 만드는 실험을 차분하게 보여주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옳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 불안 조장? 냉담한 업계 시청률을 올리려고 불안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제작진의 반응은 담담했다. 김 피디는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게’ ‘업체 가운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이란 원칙 아래 정확한 실험을 진행하는 게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말한다. 그는 “햄을 편식했던 아이들에게 그것만 먹는 건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을 준다면 족하다”고 했다. 제작진은 자극적 영상을 내보내지 않기 위해 세 차례의 편집을 거친다고 한다. 현장 제작피디가 1차로 편집하면, 책임 피디가 함께 보며 의견을 나눈 뒤 2차 편집을 하고, 전체 팀원들에게 시사를 한 다음 최종적으로 3차 편집을 한다는 것이다.

‘위험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두고 위험을 단정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제작진은 막힘이 없다. 제작에 공동 참여하는 아이쿱 생협연대의 박진웅 주임은 “식품첨가물에 대한 국내 식품 안전지수가 낮은 편”이라며 “미국처럼 공식적으로 법안에 영향을 끼치는 곳에서도 식품첨가물의 위험성이 입증되지 않아 식용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 주임은 그런 사례로 뒤늦게 일일허용량 기준이 나온 감미료 아스파탐을 꼽았다.

하지만 식품업계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하다. 한 대형업체 관계자는 “스스로 고품격 정보 프로그램이라면서 공포감을 조성해 시청률을 올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방송 내용은 대개 90년대 초반 한 번씩 나왔던 문제들로 지금도 확실한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마땅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번 방송된 두부의 경우 유해 성분은 결국 나오지 않았다는 결론이 되는데, 제품이나 회사 이미지 손상은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 하어영 이정연 기자 haha@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Posted by 솔라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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