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요계는 여자 아이돌 ‘춘추전국시대’다. 2010년 일어난 일련의 사건만 봐도 가요계라는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들의 경쟁이 얼마나 뜨거운 지 알 수 있다. 

‘Oh!’로 돌아온 소녀시대는 “지금은 소녀시대!”라는 그들의 구호처럼 컴백과 동시에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가요계와 연예계를 넘나드는 왕성한 활동으로 가장 강력한 팬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2NE1은 신곡 ‘날 따라 해봐요’를 공개해 각종 온라인 음원차트의 정상을 휩쓸며 소녀시대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2007년 ‘텔미’로 춘추전국시대의 포문을 연 원더걸스는 항상 가운데서 첫 파트를 시작하던 ‘센터 자신감’ 선미의 탈퇴로 주춤했지만 발 빠른 대응으로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이외에도 애프터스쿨, 카라, 티아라, 브라운아이드걸스, 레인보우, f(x) 등이 왕좌를 차지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왕좌를 위해 아이돌 그룹이 준비하는 것은 파격적이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노래와 노래를 압도할 수 있는 화려한 무대다.

그런데 무대를 효과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요인은 뭘까. 무대의상? 비주얼 담당? 격렬한 안무? 모든 것이 ‘포인트’는 될 수 있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멤버 수’다. 각 멤버라는 점을 어떻게 배치하고 이동할 것인가가 안무의 핵심이 된다. 그렇다면 단순히 멤버의 숫자로만 봤을 때 무대 퍼포먼스에 가장 유리한 그룹은 어디일까. 단순하게 살펴보자.

● 짝수보다 홀수가 유리

먼저 짝수보다는 홀수가 유리하다. 아무리 무대 퍼포먼스를 멋있게 준비한다고 해도 모두 함께 부르거나 녹음된 코러스로 처리하는 후렴구가 아닌 이상 누군가 한명은 앞에 나와 노래를 불러야 한다. 이때 가장 안정적인 화면 구성은 좌우가 대칭이 되는 것이다. 즉 화면에 1, 3, 5, 7, 9명이 등장해야 자연스레 보인다.

그래서 3, 5, 7, 9명인 그룹은 무대를 구성하기 쉽다. 가운데서 홀로 노래를 부르더라도 카메라가 담는 범위에 따라 좌우 뒤쪽으로 다른 멤버가 균형 있게 배치된다. 특히 카메라가 무대를 담을 때는 단조로움을 배제하기 위해 거리를 달리해 한 사람을 가득 담는 ‘클로즈 업’부터 전체를 담는 ‘풀 샷’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때문에 홀수로 이뤄진 그룹은 촬영이나 편집을 담당하는 스태프의 어깨도 한껏 가볍게 한다.

또한 홀수로 이뤄진 그룹은 각 멤버가 골고루 카메라에 잡힐 수 있게 한다. 만약 이들이 무대에 넓게 선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모든 멤버가 1~3열로 서거나 V자 형태로 서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멤버 수가 홀수라면 기본적으로 V자 형태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1~3열로 설 때다. 특히 멤버 수가 5명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입체감 없이 1열로 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워낙 좌우 폭이 넓기 때문에 카메라가 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2열로 서는 경우가 많다.

홀수는 2열로 섰을 때 앞 열과 뒤 열의 수를 달리할 수 있어 정면 카메라로 촬영될 때 뒷사람이 가려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5=2+3’, ‘7=3+4‘, ’9=4+5‘으로 나눠 앞사람 사이의 공간에 뒷사람을 배치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6명인 아이돌 그룹의 안무는 무대 주변의 카메라 위치와 움직임을 고려하지 않으면 불리할 수 있다. 한 명이 노래를 부를 때 다른 멤버의 위치가 균형을 이루지 않기 때문에 무대 전체를 잡는 풀 샷이 난감하다. 또 앞뒤로 3명씩 선다고 하면 정면과 좌우 45도 각도의 카메라에서는 뒤 열 가운데의 멤버는 앞의 세 사람에게 가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6명인 티아라는 ‘거짓말’로 데뷔했을 당시 한 멤버가 계속 가려지는 일을 겪기도 했다. 다행히 ‘보핍보핍’으로 컴백해 1위를 차지했을 때는 앞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대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중앙이 아닌 좌우 끝에 서도록 한 것도 획기적이었다.

비록 파트가 바뀔 때마다 카메라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찾느라 우왕좌왕했지만 자연스레 45도 각도에서 찍는 카메라가 맨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배경처럼 뒤에서 춤을 추는 멤버들을 담을 수 있었다. 또한 특정 멤버의 독무(단독 안무)를 중간 중간 배치해 단조로움을 없애는 방식도 선보였다. 결국 티아라는 ‘6=1+5’라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셈이다.


●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 정팔각형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 정팔각형은 자연 상태의 구조는 물론 인공적인 디자인에도 많이 애용된다. 안정적이고 견고하기 때문이다. 이런 도형은 아이돌 가수들의 안무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포인트’가 되거나 소위 ‘각을 맞춘 듯한 안무’를 할 때 등장한다. 

아이돌 그룹은 이런 도형을 만들기 위해 멤버 수만큼의 점을 ‘조립’한다. 이때도 간과해서 안 되는 사실은 ‘센터’=‘메인’=‘꼭짓점’이 되는 멤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도형을 만들기 위해서 멤버 수는 많을수록 좋다. 3~4명으로 이뤄지는 정삼각형은 아무래도 한명만 부각되기 때문이다.

정사각형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팀은 ‘미스터’로 1위를 차지했던 5인조 그룹 카라다. 이들은 ‘엉덩이춤’이라는 메인 안무를 역동적인 정사각형으로 표현했다. 바로 한 사람이 가운데 서고 다른 네 명이 정사각형으로 둘러싸고 엉덩이춤을 추며 회전하는 안무였다. 이 안무는 정면이나 좌우 45도는 물론 위에서 찍을 때도 견고하고 안정적인 균형과 대칭을 이뤘다.

정육각형은 ‘너 때문에’로 1위를 차지한 애프터 스쿨이 선보였다. 이들은 과거 6인조 그룹이었다가 1명이 빠진 뒤 2명을 영입하며 7인조 그룹이 돼 기존의 단조로운 무대 동선에서 탈피해 퍼포먼스가 다채로워졌다. 특히 노래 중 ‘갑갑갑해, 답답답해’ 부분에서는 한명이 중앙에 서고 다른 6명이 정육각형으로 둘러싸 벽을 만드는 안무를 선보이며 자연계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벌집 구조를 가사와 맞는 안무에 차용하기도 했다.

정팔각형은 최근 ‘Oh’로 컴백한 소녀시대가 구사했다. ‘소몰이춤’이라 불리는 안무는 가운데 한명과 앞뒤좌우에 8명이 서서 천천히 앞으로 가는데 이때 정팔각형이 만들어진다. 자연 상태에서는 정육각형보다 불안정한 구조지만 각 멤버들이 키에 맞게 앞뒤로 서며 안정감을 더했다.

하지만 역동적인 정사각형과 달리 정육각형과 정팔각형 구조의 단점은 있다. 바로 뜻하지 않은 카메라 이동이다. 카라의 안무는 밖의 4명이 회전하며 카메라 회전에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정면 카메라에서 가장 견고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정육각형과 정팔각형은 카메라가 좌우로 움직이면 구조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 속도에 따른 인수분해와 이합집산

무대 퍼포먼스에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는 동선(動線)이다. 노래 파트에 따라 각 멤버가 카메라 가까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멤버 수가 많을수록 복잡할 확률이 크다. 7명이나 9명으로 이뤄진 그룹일 경우 동선을 미리 고려하지 않으면 단 한명의 실수로 무대 전체가 어그러질 수도 있다. 그래서 동선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큰 수를 간단히 만드는 계산이 이뤄진다. 

사실 직관적으로는 수를 간단한 수의 곱셈으로 표현하는 인수분해가 이해하기는 쉽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인수분해는 곱셉이 위주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나머지 정리’나 단순한 뺄셈으로 생각하는 편이 옳다. 쉽게 표현하자면 각 멤버를 어떻게 가르고 묶어 동선을 짜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최근 활동 중인 7명 이상의 세 그룹을 보면 이들의 이합집산을 볼 수 있다. 9명으로 가장 숫자가 많은 소녀시대는 오히려 ‘9=3×3’으로 가장 단순한 동선을 만들었다. 즉 3명이 한 조가 되는 3팀을 만들어 3개 그룹의 동선으로 무대 이동이 이뤄진다. 개개인은 다른 8명의 동선을 고려할 필요 없이 다른 두 개 그룹의 동선만 고려하면 된다.

3명으로 이뤄진 팀은 한 명의 멤버가 노래를 부를 때도 위력을 발휘한다. 앞쪽 꼭짓점에 있는 사람이 노래를 부르면 자연히 뒤의 두 명이 좌우로 서게 돼 화면의 균형감을 이루게 한다. 또한 3개 팀이 다시 삼각형 형태로 서면 자연스레 좌우 대칭을 이루며 V자 또는 V자 안에 한 명이 서는 변형 V자로 바꾸기도 용이해진다. 각 멤버별로 부르는 파트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위치를 빨리 바꿀 수 있는 동선이 필수적인 셈이다.

7명으로 이뤄진 레인보우와 씨야-다비치-티아라가 모인 프로젝트 그룹(여성시대2)도 멤버의 이합집산을 통해 동선을 구성한다. 하지만 둘의 이합집산은 구조 자체가 다르다. 각 멤버가 자리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속도의 차이 때문이다.

레인보우는 주로 ‘7=3+2+2’의 구조를 취한다. 하지만 동선 자체는 세 그룹이 만드는 것치고는 단순하지는 않다. 이 구조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3명으로 이뤄진 그룹에 속해 있고 2명으로 이뤄진 그룹은 3명 그룹이 등장하기 위한 ‘문’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런 동선은 임팩트가 필요한 노래의 초반부나 종반부에 주로 등장하며 대개 V자 형태나 1열로 선 채 가운데에 서는 멤버만 바뀐다. 각 멤버의 파트가 워낙 짧다보니 다른 멤버들도 멀리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시대2는 ‘7=1+2×3’으로 나뉜다. 1명이 노래를 부르면 다른 6명은 2명씩 3팀 또는 3명씩 2팀으로 나뉘어 안무를 구성한다. 이들은 7명이지만 9명인 소녀시대 못지않게 무대를 넓게 사용한다. 각 멤버가 부르는 파트가 길다보니 빨리 움직이지 않아도 되며 동선도 길게 짤 수 있다. 어찌 보면 여성 아이돌 그룹은 멤버 수에서부터 강점과 약점을 갖고 시작하는 셈이다.
Posted by 솔라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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